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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정상, 경주서 '첫 대면'…41분간 '협력 강화' 논의
李대통령 "국제정세 격변…양국 깊은 인연, 미래로 이어가길"
다카이치 "전략 환경 아래 일한·일한미 공조 중요…셔틀외교 잘 활용하자"

(경주=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30일 경북 경주 APEC 정상회의장에서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2025.10.30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superdoo82@yna.co.kr
(경주=연합뉴스) 임형섭 이상현 황윤기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은 30일 경주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방한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와 정상회담을 했다.
이번 회담은 다카이치 총리 취임 9일 만에 이뤄진 양국 정상의 첫 대면으로, 경주 화백컨벤션센터에서 오후 6시 2분부터 41분간 진행됐다.
이 대통령, 다카이치에 “내 꿈 모두 이룬 사람” 말한 까닭은?
- 수정 2025-10-30 22:15
- 등록 2025-10-30 20:23



“다카이치 총리께서는 제 꿈을 모두 이룬 분입니다.”
30일 경주 화백컨벤션센터(HICO) 3층 양자회담장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를 처음 마주한 이재명 대통령이 이렇게 말하자 좌중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드럼, 스쿠버다이빙, 오토바이가 바로 그것입니다.” 이어진 이 대통령의 이 말에 배석한 양국 참모들은 그제서야 큰 웃음을 터트렸다.
다카이치 총리가 대학 시절 헤비메탈 밴드에 속해 드럼 연주를 하고, 가와사키 오토바이를 즐겨타는 ‘여걸’이었다는 사실을 은근히 추어올리며 아이스브레이킹을 시도한 것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스쿠버다이빙 등 역동적인 취미를 즐기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대통령의 농담 덕에 두 정상의 첫 만남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시작됐다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오늘은 두 정상이 처음 대면하는 자리였다. 화기애애하게 관계를 진척시키는 첫 만남이었다는 데 가장 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와 달리 우파 성향이 강한 다카이치 총리와 이 대통령의 첫 만남이 자칫 냉랭한 분위기 속에 진행될까 우려도 나왔으나, 편안한 분위기 속에 대화를 나눴다는 것이다. 배석했던 강 대변인은 “이시바 전 총리와 다카이치 총리, 두 분 다 쾌활하신 분으로 큰 차이를 저는 못 느꼈다”고 전했다.
두 정상은 취향을 고려한 선물도 주고 받았다. 다카이치 총리는 바둑을 좋아하는 이 대통령을 위해 이 대통령 고향인 경북 안동시와 자매도시인 가마쿠라산 바둑통과 바둑알을 선물했다. 이 대통령은 ‘한국산 김과 화장품을 좋아한다’고 밝힌 다카이치 총리에게 한국산 김과 화장품을 선물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셔틀외교차 만난 지난 정상회담에서 이시바 전 총리를 서울이 아닌 부산으로 초대한 만큼, 다음 셔틀외교 장소는 일본의 지방도시로 했으면 한다는 뜻을 다카이치 총리에게 전했다.
경주/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다카이치 “이 대통령과 의미 있는 회담…즐겁게 의견 나눠”
- 수정 2025-10-30 19:58
- 등록 2025-10-30 19:39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30일 이재명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에 대해 “현재 전략적 환경 아래 일·미 관계, 일·미·한 관계를 잘 연계를 확실히 해나가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뜻을 같이 했다”고 말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날 오후 열린 한·일 정상회담 뒤 기자들과 만나 “매우 의미가 있는 회담이었다”며 “이 대통령이 매우 따뜻하게 환대를 해줘 매우 즐겁게 의견을 나눴다”고 밝혔다. 특히 다카이치 총리는 양국간 우호적 관계를 관리해 가겠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그는 “이 대통령과 (대화에서) 이웃 국가로서 입장이 다른 부분이 있을 수 있지만, 리더십을 통해 이를 제대로 관리하고(자 한다)”며 “(60년 전) 한·일 국교정상화 이후 지금까지 쌓아온 양국 관계의 기반을 바탕으로 한·일 관계를 미래지향적이고 안정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향후에도 양국 정상간 셔틀외교를 적극적으로 실시해 나가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도쿄/홍석재 특파원
“도널드라 불러, 사나에라 부를게”…팔짱 낀 다카이치, 대미 외교 합격점
- 수정 2025-10-29 11:04
- 등록 2025-10-29 10:52



“‘도널드’로 불러줘요. 나도 ‘사나에’라고 부를 테니.”
29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하루 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의 일화를 이렇게 소개했다. 이날 미·일 정상회담 뒤 오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다카이치 총리와 딱딱한 성 대신 서로 편안히 이름을 부르기로 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와도 서로 “도널드” “신조”라고 부르며 ‘브로맨스’를 과시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강경 우익 성향이란 평가를 받으면서 외교 분야에서 다른 정상들과 원활한 교류가 이뤄질 지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최대 동맹인 미국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에서 일단 ‘합격점’이 적힌 성적표를 받아든 것으로 보인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뒤 준비 시간이 일주일밖에 없었던 트럼프 대통령과 첫 만남에 정성을 들여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유일한 동맹국인 미국 대통령과 독자적 우호 관계를 구축할 수 있을지가 정권 운명을 좌우한다”며 “다카이치 총리가 첫 정상회담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고 말했다.
각종 선물도 마련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절친이었던 아베 전 총리의 골프채를 비롯해 황금골프공, 일본 골프스타 마쓰야마 히데키의 사인이 담긴 골프백 등을 선물했다. 미국 건국 250주년을 맞는 내년 워싱턴에 일본 벚나무 250그루도 선물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말 좋다”(Oh, good)이라고 답했다. 또 아베 전 총리 시절부터 미·일 정상회담 통역을 전담하며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작은 총리’라고 불렸던 나카오 스나오 미·일지위협정 실장에게 이번에도 전담 통역을 맡겼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독 집착을 보여온 노벨평화상과 관련해 다카이치 총리가 ‘노벨상 후보 추천’을 결정했다고 밝힌 게 하이라이트였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날 정상회담 모두 발언에서 “타이와 캄보디아의 휴전 합의를 주재하는 등 아시아의 평화에 기여했고 지난번 중동 합의 실현도 그렇다. 이는 전례가 없는 역사적 업적”이라며 “(트럼프 대통령 덕분에) 짧은 기간에 세계가 더 평화로워졌다”며 “평화와 안정에 기여한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를 높이 평가하며 저도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추켜세웠다. 정상 오찬에서는 미국산 쌀로 만든 리소토와 스테이크에 다카이치 총리 고향인 나라현산 술과 야채를 곁들여 양국 화합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화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카이치 총리를 대통령 전용헬기인 ‘마린원’에 태우고 가나가와현 요코스카 미군 해군기지 시찰을 떠났다. 교도통신 등은 “미국 대통령 전용 헬기에 외국 정상을 태우는 것은 이례적이며, 요코스카 해군기지 역시 미국 밖 유일한 미군 항공모함 모항으로 두 정상이 함께 방문해 견고한 동맹을 안팎에 보여주기 위한 의도가 있다”고 풀이했다.
미국 원자력 항공모함 조지워싱턴호에 함께 올라 연설하면서 다카이치 총리를 소개하며 “그는 승리자다. 우리는 아주 가까운 친구가 됐다”고 말해 미군 장병들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다카이치 총리가 자신에게 팔짱을 끼고 걸으며 다정하게 대화하는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다카이치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을 안내하는 과정이 부자연스러웠다는 지적이 있지만 일본 정부에서는 ‘합격점’이란 평가가 나온다. 일본 정부 고위관계자는 요미우리신문에 “대외적으로 호소할 수 있는 최대 성과를 냈다”고 말했다. 다카이치 총리 역시 행사 뒤 기자들과 만나 “다양한 분야에서 솔직한 논의를 통해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며 “미일 동맹을 한층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확신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웃게 만든 다카이치…벚나무 250그루 선물에 “노벨상 추천”까지
백악관 “JAPAN IS BACK” 새긴 모자 공개하며 화답
- 수정 2025-10-29 10:28
- 등록 2025-10-28 14:04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은 28일 “다카이치 총리가 이날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노벨평화상에 추천하겠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일본 방송 니혼테레비도 “다카이치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하겠다는 뜻을 직접 전하는 방향으로 최종 조율하고 있다”고 일본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도 이날 미·일 정상회담과 관련해 설명하며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날 정상회담 모두 발언에서 “아베 전 총리에게 트럼프 대통령의 역동적인 외교에 관해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며 “타이와 캄보디아의 휴전 합의를 주재하는 등 아시아의 평화에 기여했고 지난번 중동 합의 실현도 그렇다. 이는 전례가 없는 역사적 업적”이라고 추켜세웠다.
이어 그는 “(트럼프 대통령 덕분에) 짧은 기간에 세계가 더 평화로워졌다”며 “평화와 안정에 기여한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를 높이 평가하며 저도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앞서 일본에선 트럼프 대통령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던 고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지난 2019년 북한과 긴장 완화를 이유로 트럼프 대통령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노벨평화상에 유독 강한 집착을 보여왔다. 그는 지난 10일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베네수엘라 야권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가 선정된 뒤 “(노벨평화상은 받지 못했지만) 난 수백만의 생명을 구했기 때문에 행복하다”면서도 아쉬움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백악관 행사에서 노벨평화상 수상 불발에 대한 질문을 받고 “우리가 정말 많은 일을 했기 때문에 노벨위원회가 (나를 수상자로 선정)했어야 한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며 “(올해 노벨평화상은) 2024년 일에 대해 준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난 2024년에 선거에 출마하고 있었다”고 스스로를 달랬다.
다카이치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첫 만남에서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다카이치 총리는 정상회담을 시작하며 “방금 트럼프 대통령 방에서 메이저리그를 보고 왔는데, 엘에이(LA) 다저스가 1-0으로 이기고 있다”는 재치있는 인사말로 참석자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이날 엘에이 다저스가 캐나다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월드시리즈 3차전을 벌이고 있었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날 일본 도쿄 아카사카 영빈관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 모두 발언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방일을 거듭 환영한다”며 “(제가)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이긴 직후에도 축하 인사를 보내준 데 감사하다”고 인사를 건넸다. 그는 “일본과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동맹이며, 일본도 세계 평화와 번영에 함께 기여해 나가겠다”며 “일본의 국익을 지켜내기 위해서도 강한 외교를 되찾겠다고 결심하며,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의 진전을 위해서도 미국과 더 협력해 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일본의 외교, 방위, 경제, 기술, 정보, 인재의 힘을 강화하는 리더로서 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카이치 총리가 방위비 증액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서도 힘을 실어줬다. “(다카이치 총리가) 일본의 군사력을 상당히 강화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으로부터 대규모의 새로운 군사 장비 주문을 받았다”며 “그 주문에 감사하며, 양국 간의 무역에도 깊이 감사한다”고 말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일본 특유의 극진한 접대 문화를 뜻하는 ‘오모테나시’에도 특별한 신경을 썼다. 다카이치 총리는 내년 미국 건국 250년을 맞아 워싱턴에 벚나무 250그루를 기증할 계획을 밝혔다. 또 다카이치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일본 골프 스타 마쓰야마 히데키의 사인이 담긴 골프백과 ‘절친’이었던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퍼터를 선물했다. 미국 백악관은 엑스(X·옛 트위터)에 트럼프 대통령이 받은 선물과 함께 ‘JAPAN IS BACK’(재팬 이즈 백)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모자에 미·일 정상이 나란히 사인한 영상도 공개했다.
공식 일정 2박 3일 가운데 두 정상의 동행 일정은 사실상 하루뿐이었지만 이런 분위기는 종일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뒤 오찬에 이어 일본인 납북 피해자 가족들과 면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문제는 항상 잊지 않고 있다”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하겠다”고 이들을 위로했다.
이어진 오후 일정은 초청을 받은 트럼프 대통령이 주로 다카이치 총리를 배려하는 모양새가 연출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가나가와현 요코스카 미군 해군기지 시찰을 가면서 대통령 전용헬기인 ‘마린원’에 다카이치 총리를 태우고 함께 이동한다. 교도통신 등은 “미국 대통령 전용 헬기에 외국 정상을 태우는 것은 이례적이며, 요코스카 해군기지 역시 미국 밖 유일한 미군 항공모함 모항으로 두 정상이 함께 방문해 견고한 동맹을 안팎에 보여주기 위한 의도가 있다”고 풀이했다. 앞서 아베 전 총리가 지난 2019년 트럼프 대통령 방일 당시 마린원에 동승한 적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요코즈카 기지에 도착해 연설할 예정이다. 두 정상은 미국 원자력 항공모함 조지워싱턴호에 함께 올라 미일 동맹이 굳건하다는 사실을 과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였던 2019년 5월 일본을 방문해 아베 당시 총리와 함께 경항공모함 개조가 예정됐던 일본 해상자위대 이즈모형 호위함 ‘가가’에 동승해 미-일 동맹이 지역 동맹에서 글로벌 동맹으로 격상됐음을 대내외에 과시한 바 있다.
도쿄/홍석재 특파원 forchis@hani.co.kr